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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남미형 포퓰리즘 코스를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by 진밭골 2019. 7. 31.

  재정 자립도 47.5%로, 전국 평균(50.3%)에도 못 미치는 경기도 안산시가 내년부터 대학생에게 등록금 절반을 대주기로 했다.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안산시 거주 대학생 2만여명에게 다 지급할 경우 연간 335억원 국민 세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재정 자립도 꼴찌(25.7%)인 전남도는 내년부터 농민 24만명에게 연 6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농민수당은 전남 해남군이 처음 도입하자 한 달여 사이 전국 40여개 기초단체로 확산된 데 이어 광역단체까지 가세한 것이다. 안산시의 등록금 대주기도 곧 전국으로 퍼질 것이다.

  등록금 대주고 농민에게 수당 주는 것 자체는 나쁠 것이 없다. 문제는 돈이다. 돈이 없는데 뿌리다 보면 언젠가 파탄이 난다. 그런데 당장 파탄이 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눈앞의 선거에 이용할 수 있다. 비판을 받아도 유권자들이 좋아하니 아랑곳하지 않는다. 청년 수당, 아동 수당, 어르신 수당 등에 이어 무차별적으로 교복과 교과서, 수학여행비까지 주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한 지자체가 선심성 복지를 새로 선보이면 다른 지자체들이 앞다퉈 따라간다. 투표권을 가진 청년층을 겨냥해 창업 수당, 면접 수당을 주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저마다 고상한 명분을 걸었지만 결국 매표 행위다.

  지난해 신설된 지자체 복지 중 현금을 직접 뿌리는 복지가 489건(68%)으로, 소요 예산이 4300억원에 이른다. 2017년에 비해 건수는 2배, 금액은 3배 이상 폭증했다. 게다가 정부는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지방세 비율을 임기 말인 2022년까지 7대3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런 지자체에 재원을 더 넘기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현금성 복지는 중독성이 강해 한번 시작하면 중단하기 어렵다. 남미나 남유럽 국가들은 과도한 복지로 재정이 바닥났는데도, 현금 복지에 중독된 국민들이 복지 축소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우리가 그 코스를 그대로 밟아가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30/201907300276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