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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洪 부총리, 죽어나는 소상공인들 앞에서 그 말 한번 해보길

by 진밭골 2018. 12. 27.
  정부가 실제 일하지 않아도 임금을 더 주는 법정 주휴(週休)시간 8시간을 최저임금 산정 대상에 포함시킨 것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기업의 추가적 부담이 전혀 없고 최저임금이 더 인상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시키도록 강제한 정부 시행령 때문에 고용주의 실질 인건비 부담이 올해보다 33%가량 올라간다는 고용 현장의 하소연을 전면 부정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30년간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해왔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탁상공론에 가깝다. 최저임금위는 법적 근거가 아니라 고용부의 행정 해석에 따라왔다. 그런데 법원은 고용부 해석이 잘못됐다고 했다. 대법원은 2007년 이후 '최저임금 계산 때 실제 일한 시간만 따져야 한다'는 판단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현장에서도 대기업·중견기업을 제외한 영세기업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주휴시간 없이 임금을 정하는 관행 속에서 살아왔다. '주휴 시간'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런 영세 고용주들에겐 주휴시간 산입을 강제한 시행령 시행으로 약 20%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법적으로는 최저임금이 내년에 10.9% 오르지만 주휴시간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33% 인상돼 시간당 1만원을 넘게 된다. 1년 새 33% 인상 부담을 감당할 영세 사업자가 얼마나 되겠나.

  지금 서민경제 현장에선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취재에 응한 편의점·식당·미용실 주인들은 "시급 1만원으로는 사람을 쓸 수 없다"며 "가게 문을 닫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직원을 줄이든지 아니면 처벌을 무릅쓰고 범법자가 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먹고살기 위해 장사하는데 이런 위험까지 감수해야 할 일인가. 그런데도 경제부총리는 추가 부담이 없다고 하고 "향후 경제 흐름이 바뀔 것 같다는 기대감이 조금씩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하다. 경제 현장을 가봤어도 이런 말이 나올까.

  정부가 고용시 장 충격을 무릅쓰고 주휴시간 산입을 강행한 것이 지지 기반인 노동계를 달래려는 청와대의 정무적 판단 때문이란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 그런 '경제의 정치적 결정'을 막아야 할 책임자가 경제부총리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임명될 때부터 윗선 지시만 충실히 이행하는 '청와대의 수족(手足)'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불행히도 그 우려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