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14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공사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13일 열려던 이사회가 한수원 노조와 지역 주민의 거센 반발에 막혀 무산되자 이렇게 한 것이다. 한수원은 이렇게 하면서 긴급 이사회 개최를 사전 예고하지 않았다. ‘날치기’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왜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공사 중단 결정까지의 과정을 보면 문제점투성이다. 우선 한수원 이사회가 공사 중단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부터 의문이다. 원자력안전법 제17조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만이 원전 건설 일시 정지와 취소 결정 권한을 갖는다. 그렇다면 긴급 이사회의 결정은 법적 효력이 없는 월권행위라는 반론을 피하기 어렵다.
또 긴급 이사회 개최가 절차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한수원 이사회 규정은 긴급 이사회는 긴급한 의안이 있을 때 소집하게 돼 있다. 문제는 신고리 5, 6호기의 건설 일시 중단이 ‘긴급한 의안’이냐는 점이다. 심각한 설계 결함이 발견됐거나, 공사를 중단해야 할 만큼 심각한 사고가 터졌거나, 허가 절차에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면 모를까, 현재로선 공사를 중단해야 할 만큼 ‘긴급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이런 무리수를 둔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속전속결로 공사 중단을 결정한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지난달 27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을 단 20분 만에 결정했다. 주무 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았다. 해양수산부장관의 공사 중단 의견 제시에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결론을 내버렸다. 그리고 이 결정은 말단기관까지 단 사흘 만에 공문으로 하달됐다. 모두 절차적 정당성과는 거리가 먼 속도전이다.
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태도와는 180도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워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완료될 사드 배치를 1년 이상 미뤄 놓았다. 이 때문에 한때나마 미국으로부터 한미 동맹에 대한 한국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사드는 그렇게 절차적 정당성을 따져야 하고, 사드 못지않게 국민 생활과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원전에 대해서는 이렇게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해도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원전 정책도 절차적 정당성에서 예외일 수 없다.
매일신문 사설/2017.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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