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구속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했던 박영수 특검팀은 기사회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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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일은 법원의 판단을 차분히 지켜보는 일이다. 구속 자체가 유죄를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특검의 법리가 삼성 측의 대응 법리에 무너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느 쪽 법리가 타당성이 있는지는 오로지 법원이 사실과 증거,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단할 문제다. 그런 점에서 법원에 원하는 판결을 압박하는 그 어떤 언행도 없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법치의 시작과 끝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헌법재판소에 대한 야당의 ‘탄핵 인용’ 겁박에서 보듯 이런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개탄스러운 것은 툭하면 ‘민주주의’를 입에 올리는 야당이 앞장을 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부회장 구속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차 영장을 조의연 판사가 기각했을 때 야당은 노골적으로 법원을 비난하고 위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한민국이 삼성공화국을 인정해준 것”이라고 했다. 안민석 의원은 “사법부에 침을 뱉고 싶다. 사법부가 미쳤다”는 막말까지 했다. 국민의당도 “사법부는 정의를 짓밟고 불의의 손을 잡았다”고 했다.
2차 영장 심사를 앞두고도 야당은 달라지지 않았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재용에 대한 영장이 또 기각된다면 최고 권력과 최고 재벌의 유착을 법이 감싸주는 것”이라며 영장 심사의 ‘가이드 라인’을 쳤다. 이는 향후 법원의 판결에 야당이 어떻게 반응할지 짐작게 한다. 야당은 이런 몰상식한 언행을 당장 멈춰야 한다. 야당이 추구하는 ‘민주국가’가 법치가 무너진 국가가 아니라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존중해야 한다.
/ 매일신문 사설(2017.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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