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글

앉은 자리 꽃자리

by 진밭골 2015. 10. 5.

얼마 전에 어떤 보살(菩薩)님으로부터 질문(質問)을 하나 받았습니다.

그 보살(菩薩)님은 일주일(一週日)에 한 번씩 만나는 모임이 있는데, 베풀면서 살라는 경전(經典)의 가르침을 실천(實踐)하려고, 모일 때마다 캔 커피를 사서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始作)했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거듭되니까 어떻게 되었을까요? 받아먹는 사람들이 익숙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실수(失手)로 한 명(名)을 빼고 돌렸는데, 그 사람이 투덜대는 겁니다.

왜 나는 안 주냐고 그래서‘미안(未安)하다.’하고 얼른 하나 사다 주고 생각해 보니, 얄미운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그 사람을 자꾸 피(避)하게 되는데, 이 마음이 어떤 마음인가 하는 질문(質問)이었습니다.

왜 얄미울까요?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원망(怨望)을 하니까 미운 겁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나에게는 없을까요? 남편(男便)이 밖에 나가 열심(熱心)히 일해서 번 돈을 전부(全部)가져다줍니다.

이게 당연(當然)한 겁니까? 알고 보면 정말 감사(感謝)한 일인데 그걸 당연(當然)하게 여기고, 오히려 조금 부족(不足)하다고 원망(怨望)한 적은 없는지 아내가 매일(每日)매일(每日)청소(淸掃)하고 빨래하고, 따뜻한 밥과 맛있는 반찬(飯饌)만들어 주는 게 당연(當然)한 겁니까?

알고 보면 정말 감사(感謝)한 일인데 그걸 당연(當然)하게 여기고, 오히려 조금 부족(不足)하다고 투덜댄 적은 없는지 자식(子息)이 학교(學校)에서 1등(等),사회(社會)에서 1등(等)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건강(健康)한 몸으로, 큰 사고(事故)안치고 이렇게 지내는 게 당연(當然)한 겁니까?

알고 보면 정말 감사(感謝)한 일인데 그걸 당연(當然)하게 여기고, 오히려 조금 부족(不足)하다고 다그친 적은 없는지 이번 기회(機會)에 돌아보고 참회(懺悔)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사람 덕분(德分)에 내 마음공부(工夫)가 되었으니 그는 나의 스승입니다. 스승은 얄미운 사람이 아니라 고마운 사람입니다.

어떤 심리학자(心理學者)가 특별(特別)한 실험(實驗)을 했습니다. 작은 동네에 가서 매일(每日)집집마다 만(萬)원(圓)짜리를 한 장씩 돌렸습니다. 처음엔 이상(異常)하게 생각하던 사람들이 다음엔 고마워 하다가, 날마다 공짜로 받는데 익숙해진 나머지 나중엔 그저 하루의 일상(日常)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한 달쯤 후(後)에는 돈을 돌리지 않았더니“왜 안 주냐?”며 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甚至於)“왜 내 돈 안 주냐?”며 따지는 사람도 있더라고 합니다. 그게 자기(自己)돈입니까? 감사(感謝)한 걸 감사(感謝)한 줄 모르고, 당연(當然)하게 여기는 어리석음에서 그런 욕심(慾心)이 생기는 것이지요.

이것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기 이 땅은, 이 건물(建物)은 흔들리지 않고 안전(安全)합니다. 이게 당연(當然)한 겁니까? 일본(日本)후쿠시마 시민(市民)들이 이 안전(安全)한 땅을 보고 얼마나 부러워하겠습니까? 결코 당연(當然)한 게 아닙니다.

이 맑은 공기(空氣)와 깨끗한 물, 이게 당연(當然)한 겁니까? 중국(中國)황사(黃砂)의 발원지(發源地)근처(近處)에 사는 사람들이 보면 얼마나 부러워하겠습니까? 결코 당연(當然)한 게 아닙니다.

매일(每日)매일(每日)떠오르는 밝은 태양(太陽),산에 들에 나무들, 풀 한 포기, 돌 하나 까지 정말 감사(感謝)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는데, 그 감사(感謝)한 걸 모르고 오히려 날씨가 어떠니, 고향(故鄕)이 어떠니 하면서 투덜댄 적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씀드린 캔 커피 이야기보다 조금 더 심한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보살(菩薩)님이 붕어빵을 파는데, 하루는 멋진 신사(紳士)분이 오셔서“한 봉지에 얼마입니까?”묻기에 천(千)원(圓)이라고 했더니, 천(千)원짜리 한 장을 딱 놓고 그냥 가더랍니다.

붕어빵은 안 가져가고 다음번에도, 또 다음번에도 그 신사(紳士)는 올 때마다 돈만 놓고 그냥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세월(歲月)이 흘러 크리스마스가 되었는데, 그 날도 신사(紳士)는 천(千)원(圓)짜리 한 장을 놓고 그냥 갔습니다.

그러자 여인(女人)은 그날따라 중대(重大)한 결심(決心)을 한 듯, 신사(紳士)를 쫓아가서 아주 부끄러운 표정(表情)으로 한 마디 했는데, 뭐라고 했을까요?“저기요, 1,200원(圓)으로 올랐거든요.”

이것이 우리네 사는 모습(模襲)은 아닐까요? 주위(周圍)를 둘러보면 정말 감사(感謝)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가족(家族)과 함께 라는 것, 이런 자연(自然)의 혜택(惠澤)을 누린다는 것, 내 두 다리로 걸어 다니고, 내 손으로 밥을 먹는다는 것, 아니 그저 살아있다는 사실(事實)하나만으로도 정말 감사(感謝)한 일인데, 이 모든 걸 다 당연(當然)한 걸로 치부(置簿)해 버리고, 자꾸 그 이상(以上)을 욕심(慾心)내는 어리석음 이것 때문에 괴로움이 생깁니다.

우리는 자꾸 무언가를 더 가져야 행복(幸福)할 거라는 착각(錯覺)에 빠져 있습니다. 돈이 더 필요(必要)하고, 사랑, 명예(名譽),건강(健康)이 더 필요(必要)하고 그러나 이미 충분(充分)합니다. 진리(眞理)의 눈으로 보면, 이 자리가 행복(幸福)의 꽃자리입니다.

지금(只今)가시방석이라고 투덜대는 이 자리 그대로 꽃자리임을 알기만 하면 됩니다. 행복(幸福)을 위(爲)해 우리에게 필요(必要)한 게 굳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지혜(知慧)일뿐이며, 그 지혜(知慧)는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모두 들어있습니다.

<월간(月刊)삼운 10월(月)호(號)'이달의 칼럼'>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면자건(唾面自乾)  (0) 2016.08.20
행복 십계명  (0) 2015.10.10
마음에서 나오는 향기  (0) 2015.10.03
닦이지 않는 유리  (0) 2015.10.03
모든 질병은 마음과 생각에서  (0) 2015.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