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김명인(1949~ )
걸음을 못 걸으시는 어머니를 업으려다
허리를 꺽을 뻔한 적이 있다
고향집으로 모셔가다 화장실이 급해서였다
몇 달 만에 요양병원으로 면회 가서
그름처럼 가벼워진 어머닐 안아서 차로 옮기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 살 다 어디로 갔을까?
삐거덕거리던 관절마다 새털 돋아난 듯
두 팔로도 가뿐해진 어머니를 모시고
산 중턱 구름식당에서 바람을 쐰다
멀리 요양병원 건물이 내려다보였다
제 살의 고향도 허공이라며
어제 못 보던 구름 내게 누구냐고 자꾸 물으신다
난 아직 날개 못단 새끼라고
말씀드리면 머지않아 내 살도 새털처럼 가벼워져
저 푸른 하늘에 섞이는 걸까
털리는 것이 아니라면 살은 아예 없었던 것.
이승에서 꿔 입는 옷 같은 것.
더는 분간할 일이 없어진 능선 저쪽으로
어둠을 타고 넘어갈 작정인가. 한 구름이
문득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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