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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단

국가채무 비율 50% 첫 돌파, 여야 선심 공약 재검토를

by 진밭골 2024. 4. 12.

지난해 국가채무가 1126조7000억원으로 1년 사이 60조원 가까이 늘고, GDP 대비 채무 비율도 처음으로 50%를 넘어 50.4%를 기록했다. 세수 감소 여파로 1년 나라 살림도 87조원 적자를 내, 정부가 당초 예산안에서 제시한 전망치(58조원)보다 약 29조원 더 많았다(관리재정수지 기준). 이에 따라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2022년의 5.4%에서 3.9%로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EU(유럽연합)가 제시한 건전재정 권고안 3.0%를 상회했다. 문재인 정부 때 촉발된 급속한 재정 악화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재정 수지는 윤석열 정부가 편성해 집행한 첫 재정 성적표로, 온전히 현 정부의 몫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부채 1000조원을 야기한 전임 정부에 대해 “무원칙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지만 스스로도 건전재정 원칙을 강도 높게 견지하진 못했다. 불요불급한 재량 지출을 줄였지만 경기 위축과 부동산 침체로 국세 수입이 51조원 줄고 세외수입도 25조원 줄어 적자 살림을 운영했다. 이 같은 작년 재정 결산은 이례적으로 국가재정법이 명시한 ‘4월 10일’을 하루 넘겨 발표했다. 총선을 의식해 부정적 지표 공개를 미룬 것이다.

 

총선 때 여야가 쏟아낸 각종 포퓰리즘 정책의 청구서가 지금부터 날아온다. 여당은 핵심 생필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 각종 감세 정책을 약속했고, 윤 대통령은 올해 들어 24차례 민생 토론회를 열고 철도 지하화, 국가장학금 대상 확대, 한국형 아우토반 건설 등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정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 지원금, 8∼17세 자녀 1인당 월 20만원 지급, 국립대·전문대 전액 무상교육 등의 현금성 공약을 쏟아냈다. 거대 의석을 확보한 야당은 당장 13조원 규모의 민생 지원금 공약을 위해 추경 편성을 요구할 것이다.

 

여야 총선 공약이나 대통령이 내놓은 민생 토론회 정책들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추진돼야 한다. 재정 악화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씀씀이를 아껴 저출생 대책이나 성장동력 확보 같은 시급한 정책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

 

[사설] 국가채무 비율 50% 첫 돌파, 여야 선심 공약 재검토를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