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실댁은 아이 못 낳는다고 시집간 지 4년 만에 시댁에서 쫓겨났다.
시아버지가 그래도 경우가 있어 며느리에게 가볍지 않은 전대를 주어 보냈다.
친정에서 묵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이 궁리 저 궁리 끝에 밭뙈기 딸린 초가삼간을 구해 볼까 하다가 도저히 혼자서 농사지을 자신이 없어 한숨만 쉬고 있는데 시집 쪽으로 먼 친척 아지매뻘 되는 나루터 주막 안주인이 찾아왔다.
무실댁 손을 잡고 아지매가 눈물을 훔치며 위로하는 바람에 무실댁도 치맛자락을 적셨다.
“질부야. 모질게 살아야 된다. 아무도 믿지 말고 너 자신만 믿어야 된다.”
이 얘기 저 얘기 끝에 아지매가 본론을 꺼냈다.
“한양에서 포목점을 하는 맏이가 올라오라 해서 애 아부지가 주막을 다른 사람 손에 넘기려 하기에 내가 부랴부랴 질부를 찾아온기다.”
무실댁이 한달간 나루터 주막에서 부엌일을 해 주며 눈여겨봤더니 손님이 심심찮게 자고 가, 전 재산을 주고 주막을 샀다. 한달쯤 지났을까. 강 건너 나루터 옆에 뚝딱뚝딱 목수들이 집을 짓기 시작했다. 무슨 집인가 했더니 한양 맏아들 집으로 이사 간다던 아지매네가 새 주막을 짓는 것이다.
무실댁이 눈이 뒤집혀 팔을 걷어붙이고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갔더니 아지매 한다는 말 좀 보소.
“애 아부지가 맴이 변해서 또 주막을 하겠다니, 나 원 참.”
번듯한 새 주막이 강 건너에 들어서자 무실댁의 낡은 주막엔 손님이 끊겨 버렸다.
울다가 이를 갈다가 술을 퍼마시다가 지쳐서 드러누웠던 무실댁이 입을 꽉 다물고 일어났다.
어느 날 저녁 나절, 강 건너 새 주막에 가려던 손님이 나룻배가 끊어져 할 수 없이 무실댁 나루터 주막에 묵게 되었다.
저녁상을 물리고 난 손님방에 막걸리 한사발을 소반에 받쳐 들고 몸단장을 한 무실댁이 들어갔다.
“손님, 먼 길 오시느라 다리 아프시죠.”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켠 손님을 눕히고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비록 시집에서 쫓겨나오기는 했지만 아직도 스물두살. 탱탱한 주모가 다리 안마를 해 주니 어느 손님이 입을 벌리지 않겠는가.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까짓것 기왕 버린 몸에 아이도 못 낳는 몸. 무실댁은 짓궂은 손님에게 치마를 벗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정한 금액은 없었지만 손님들은 해웃값을 스스로 내놓았다.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어떤 날은 객방 여섯개가 모두 차 무실댁이 한바퀴 돌고 나면 새벽닭이 울었지만 고단한 줄 몰랐다.
강 건너 새 주막에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심술이 부글부글 끓는 아지매가 그 소문을 진작에 듣고 팔짱을 끼고 있을 수는 없었다. 사십대 초반의 허리통이 뒤룩뒤룩해진 아지매가 분수도 모르고 분을 바르고 손님방에 들어가 남정네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손님 하초가 불끈 솟아오르기 시작하자 아지매가 먼저 열이 올라 치마를 걷어 올리고 올라타고 말았다.
무실댁과 아지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실댁은 남편이 없지만 아지매에게는 엄연히 성질 급한 남편이 있다는 점이다.
어느 바람 부는 겨울날 밤, 부부싸움이 대판 벌어지더니 새 주막에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남편 발에 차인 아지매가 호롱불 등잔을 안고 넘어졌던 것이다. 새 주막은 잿더미가 되고 아지매는 면상에 화상을 입어 귀신 몰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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