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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터

말 무덤(言塚)

by 진밭골 2021. 6. 3.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 앞에는 말 무덤이란 게 있다. 말(馬)이 아닌 말(言)을 묻은 무덤이다.

이른바 언총(言塚)이다.

말 무덤의 일화는 다음과 같다.
예부터 이 마을에는 여러 성씨가 살았는데 문중끼리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다고 한다. 사소한 말 한 마디가 씨앗이 돼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잦아지자 마을 어른들은 원인과 처방을 찾기에 골몰했다.
어느 날 나그네가 이 마을을 지나다가 산의 형세를 보고는 말 한 마디를 던졌다.
“좌청룡은 곧게 뻗어 개의 아래턱 모습이고, 우백호는 구부러져 위턱의 형세라 개가 짖어대니 마을이 항상 시끄럽겠구나.”

대죽리를 둘러싼 야산은 형세가 마치 개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개 주둥이 모양이어서 ‘주둥개산’으로 불렸다. 마을 사람들은 개 주둥이의 송곳니 위치인 논 한가운데에 바위 세 개를 세우고 앞니 위치에는 개가 짖지 못하도록 재갈바위 두 개를 세웠다. 이어 모두 사발 하나씩을 가져와 싸움의 발단이 된 말썽 많은 말을 뱉어 사발에 담아 주둥개산에 구덩이를 파고 묻었다.

 

이때부터 마을에서 싸움이 사라지고 평온해져 지금까지 이웃 간에 두터운 정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천군이 선조의 지혜가 담긴 말 무덤을 산 교육장으로 다시 꾸몄다.
예천군은 지난해 10월부터 1억 5,000여만 원을 들여 무덤과 작은 비석 하나만 있던 말 무덤 주변을 말끔하게 정비했다. 또 말과 관련된 격언비 13개를 세웠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부모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 ‘말이 고면 비지 사러 갔다 두부 사 온다’ '혀 아래 도끼 있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 등이다.

말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조 한 편을 소개합니다.
"말하기 좋다하고 남의 말 하는 것이
남의 말 내가 하면 남도 내 말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작자 미상이나 金天澤이 역은 靑丘永言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 청구영언은 조선 영조 때 시조 시인인 김천택이 편찬한 현존하는 시조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고려 말 이래 시조 998수를 싣고, 끝에 가사 17편을 붙여 곡조별로 엮었으며, 이름을 알 수 있는 작가만도 140여 명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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