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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이야기

정절 부인을 품은 젊은 도둑

by 진밭골 2021. 1. 8.
깊은밤 자하문 고갯마루에서 순라군들이 도둑을 잡아 포박하여 초소에 데려갔다.
그런데 초소에 데려간 도둑을 조사하자 품속에서 옥노리개가 달린 은장도가 나왔다. 
순라군이 어디에서 훔쳤느냐고 묻자 묵묵부답이던 도둑이 훔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육모방망이로 도둑의 배를 찌르며 순라군이 물었지만 도둑은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순라군 조장이 관솔불 옆에 가서 은장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은장도의 자루에 ‘정절부인 김관욱 처’ 라는 글귀가 선명하게 음각되어 있었으며 김관욱은 평안감사로 가 있는 김대감이다.
용머리 장식한 은장도에 노리개도 보통 옥이 아닌 녹옥이라 범상치 않다 했더니 팔판동 김대감 부인의 패물이라 순라 조장이 소리쳤다. 
순라 조장이 도둑은 우리가 처리할 사안이 아니고 의금부로 넘겨야 된다고 하였다.
이튿날 날이 밝자 김대감 댁에 포졸들이 포승줄로 묶은 도둑을 데리고 왔다. 
대청마루에 선 마님이 안마당에 늘어선 포졸들을 보며 위엄 서린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포졸이 지난밤 자하문 고갯마루에서 도둑을 잡고 보니 도둑의 품속에서 마님의 은장도가 나왔다고 했다.
안방마님이 갑자기 노기띤 목소리로 그는 도둑이 아니니 어서 포박을 풀어주라고 하였다.
마님은 도둑에게 엊저녁에 나들이를 갔다가 잃어버려서 마음이 상했었는데 이렇게 찾아주니 무척 고맙다고 했다.
마님의 분부로 포박에서 풀려난 그 도둑은 뜻하지 않게 변한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마님은 젊은이에게 보답을 해 줘야겠다고 하면서 포졸들에게 물러가라고 하였다.
포졸들이 모두 물러나자 도둑은 대청으로 올라가 마님에게 큰 절을 올렸다. 
“마님,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을지 모르겠습니다.” 
마님은 그 도둑에게 두둑한 전대를 건네주었으며 마님과 도둑은 동시에 지난밤 일을 떠올렸다. 
도둑은 지난밤 삼경 김대감 댁 안방에 잠입했다가 비단 속옷만 걸친채 자고 있는 안방마님을 보았다.
희멀건 허벅지가 들창으로 스며드는 그믐 달빛에 아스라이 비치자 도둑은 그만 물건을 훔칠 생각은 잊은 채 마님의 옥문을 쓰다듬었다. 
도둑은 인기척에 놀라 벌떡 일어난 마님을 밀치고 고쟁이를 벗겼으며 마님이 빼 든 은장도도 가볍게 빼앗았다.
젊은 도둑의 한 손이 마님의 두 손을 잡고 도둑의 무릎이 마님의 발버둥치는 다리를 벌렸다. 
도둑의 대물이 닫혔던 마님의 옥문을 열고 깊숙이 들어가자 마님은 ‘학’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도둑의 계속되는 절구질에 마님은 자기도 모르게 도둑의 목을 껴안고 다리를 넓게 벌려주었다.
스물이 갓넘은 힘센 도둑이 마흔두살 마님을 꾹꾹 누르자 마님의 가쁜 숨은 문풍지를 흔들고 등줄기의 땀은 요를 흠뻑 적셨다. 
첩을 데리고 평양에 가더니 거기서 또 동기 머리를 올려준 김대감의 품에 안겨 합환을 해 본지가 벌써 7년이 넘었다.
도둑은 그 이후 닷새에 한 번씩 밤은 깊어 삼경일 제 김대감 댁에 월담해서 안방으로 스며들었다.
오늘 밤에도 도둑의 절구질에 마님의 자지러지는 감창 소리가 담장을 넘어 울려퍼진다.
- 옮겨온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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