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논 단

'내 자식은 외고' 사람들이 전국 자사고 절반 폐지

by 진밭골 2019. 7. 10.


서울 자사고 13곳 가운데 8곳이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서 취소 대상에 올랐다. 전국적으로는 커트라인에서 0.39점 부족을 이유로 취소 대상에 오른 전북 상산고를 비롯해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24곳 가운데 절반 가까운 11곳이 자사고 자격 박탈 위기에 몰렸다. 교육부가 자사고 취소에 동의하면 이 학교들은 학부모·학생·교사 의사와는 상관없이 내년부터 일반고로 강제 전환된다. 교육부도 자사고 대량 폐지를 밀어붙일 태세다. 학생·학부모가 국민 세금 도움 없이 자신들의 돈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데 이를 장려해야 하나, 배 아프다고 막아야 하나. 어느 길로 가는 나라가 발전하겠나.

자사고 평가 과정은 억지와 무리수의 연속이었다. 60점인 커트라인을 별다른 이유 없이 70~80점으로 올리고, 교육감 재량으로 줄 수 있는 배점을 대폭 늘리고, 자사고는 사회적 배려 대상자 선발 의무가 없는데도 이를 평가에 반영해 감점하는 식이었다. 평가 지표까지 급조했다. 대입 전형 변경도 적어도 4년 전에는 공표하도록 돼있다. 수십 년 역사의 학교 존폐 결정은 더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는 평가 기준을 불과 몇 달 전에야 자사고에 통보했다고 한다. 5년 정권이 세상을 제 것으로 안다.
전국 자사고 42곳 가운데 24곳은 올해, 나머지 18곳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자사고가 무더기 재지정 취소되면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자사고는 학비를 일반고의 3배 받는 대신 정부·지자체 지원은 받지 않는다. 그런데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한 곳당 '재정 결함 보조금' 명목으로 매년 30억원 안팎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자사고 42곳이 모두 취소되면 매년 1300억원이다. 이 돈으로 학교 냉방비를 지원할 수 있고 무상 급식 질()을 대폭 높여줄 수 있다. 이 정권은 이런 막대한 국민 세금 낭비는 안중에도 없다.

편향된 교육정책이 이념 도구로 쓰이면 그만큼 위험한 게 없다. 외국어고·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두 아들을 외고에 보낸 사실이 드러나 비판을 받 자 "양반 제도 폐지를 양반 출신이 주장할 때 더 설득력 있고 힘을 갖게 된다"고 했다. 교육 책임자의 기본 양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제 자식을 외고에 보낸 다른 사람은 '보내놓고 보니 문제점을 알겠다'고 했다. 남의 자식은 가지 말라는 것이다. 5년 정권,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 제도를 뜯어고치겠다고 달려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이 입게 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9/201907090345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