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선전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파견한다는 북한의 22일 통지를 문재인 정부가 수용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남북대화에 대한 조급증이 빚어낸 매우 잘못된 결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통일부는 김영철의 방남이 “남북 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지만, 그의 행적은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김영철은 북한 ‘정찰총국’ 국장으로 있을 때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목함지뢰 사건(2015년) 등 굵직한 대남 도발을 기획·주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9월 그를 대북 제재 대상자에 올렸다. 그뿐만 아니라 김영철은 전 세계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일삼는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 부대도 창설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이 2011년 11월 그를 자산 동결·여행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6년 3월 그를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런 김영철의 방남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우리 국민의 의식 수준을 우습게 아는 것이자 ‘평화’라는 가치를 희화화(戱畵化)하는 난센스다. 무엇보다 우리 병사 46명이 희생된 천안함 폭침이란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더 어이없는 것은 문 정부가 면죄부를 주는 것을 넘어 그가 천안함 폭침 주범이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10년 5월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때 누가 주역이란 부분은 없었다”고 했다. 통일부도 “어떤 인물, 어떤 기관이 공격을 주도했다는 점을 특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국정원 김상균 대북 담당 2차장은 23일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김영철이 지시한 것은 아니다”고 아예 단정했다.
문제는 또 있다.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김상균 차장은 김영철의 방남에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북한이 김영철의 방남을 미리 문 정부에 알렸고 이에 문 정부가 거부 의사를 보이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남북대화는 필요하다. 그렇다고 김영철 같은 인물을 그 메신저로 상대할 수는 없다. 천안함 희생 장병 유가족과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통일부는 그의 방남을 “대승적이고 미래 지향적 차원에서 이해해 달라”고 했다. 무엇을, 누구를 위한 ‘대승’이고 ‘미래 지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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