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소풍 가듯 하늘나라 올라가리라

진밭골 2016. 10. 1. 10:13

소풍 가듯 하늘나라 올라가리라

                                                   이만도


가슴속 비릿한 피 다 사라지니       胸中葷血盡(흉중훈혈진)

이 마음이 더욱더 텅 비고 밝다      此心更虛明(차심갱허명)

아마도 내일이면 날개가 생겨        明日生羽翰(명일생우환)

소풍 가듯 하늘나라 올라가리라     逍遙上玉京(소요상옥경)  


※ 원제 : 九月初 二日夜口占(*구점:즉흥시)

향산(響山) 이만도(李晩燾 1842~1910) 선생은 을사오적의 처형을

상소했던 한말의 의병장으로 경술국치를 당하자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면서 24일간이나 항일 단식투쟁을 하여 기어이 목숨을 끊으셨다,

위의 시는 단식 18일째 되던 날 밤에 즉흥적으로 지어 읊은 것이고

그로부터 엿새뒤 조용히 순국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