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아침 한때

진밭골 2021. 7. 1. 20:16

     

       아침 한때

                              이태수(1947~ )

 

앞산에서 뻐꾸기 울고 아침이 온다

창문 열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그레고리오 성가

갤 듯 말 듯 찌푸린 하늘에

낮게 떠 있는 구름이 성스러워 보인다

간밤에는 악몽에 시달렸으나

꿈 깰 무렵에야 황감히 받아먹은 만나

낮선 광야에서 헤매던 내가

환한 얼굴로 돌아오는 것 같아서일까

멧새 소리도 유난히 밝다

트릴 리듬을 타기라도 하듯이 구름은

내리는 햇살과 어우러진다

더욱 성스러워 보이는 앞뜰의 산딸나무

심금을 울리던 성가가 멎어도

음반은 여전히 돌고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