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진밭골 2018. 11. 30. 11:29

        끈

                  다니카와 슌타로


태어날 때부터 이 모양

끈에게는 머리도 꼬리도 없고

두 개의 끝단만 있을 뿐이다


색상을 맞춘 연애편지 다발을

묶고 있을 동안은 좋았지만

나누어진 연애편지가 태워져

이제 맬 것도 묶을 것도 없어지면

끈은 완전히 자신을 잊었다


서랍 속에서 끈은

뱀이 되는 것을 꿈꾸기 시작한다

벌써 머리와 꼬리가 있는 뱀으로


뱀이 된다면

나는 꿈틀꿈틀 언덕에 올라야지

그리고 먼 발다를 바라봐야지

꼬리가 이제 돌아가자는 말을 꺼낼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