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빈집

진밭골 2018. 7. 17. 11:49

     빈집

                           유기형(1946~ )


삐걱 대문

우루루 뛰어나와 안기는 고요

정강이에 뚝 부러지는 기억

끈적끈적하게 묻어나는 아린 추억

풀쩍!

고욤나무에 앉아 있던 늦은 하오

아무도 없나요?

모두 무덤에 갔나요?

고요가 짓이겨져 퍼렇게 일어서고

짙은 그림자가 감나무로 빠르게 오른다

수단 이불 밑

젊은 어머니 소죽솥에 아이들 귀꿈치

가마니 처럼 기우신다

아무도 없나요?

마당귀에 날카로운 사금파리

증발하지 못한 슬픔